정보성 글이 아닌 그냥 나의 일기.
주5일제 회사에 사무직으로 다니고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돈이 많이 필요해서 추가로 알바를 하려고 했는데,
평일엔 가끔 있는 야근 or 회식 때문에 시간대가 애매하기도 했고 대부분 평일 알바는 6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달에 한 번 있는 토요일 당직 근무로 인해 일요일 알바를 구해야 했는데
공고가 거~의 없었다.
거리가 좀 있는 카페 알바가 1개 있었는데 10시간 근무라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 생각해 지원을 안했다.
이때만해도 겨우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라는 걸 몰랐다..
그렇게 어영부영 지내다가 갑자기
무조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왕이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야간 공장 알바를 알아보았고
그렇게 퇴사와 공장 입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2024년 8월 나의 공장 생산직 생활 시작!
성남 빵공장 야간
저녁 8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일하는 곳이었다.
편의점에 납품하는 햄버거 등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일을 한다..
처음 가자마자 정신없이 라인에 투입되었고 쉴틈없이 돌아가는 라인 위에 패티를 올리는 작업을 했다.
한 제품이 끝나고 바로 다음 제품 준비를 하는데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고 다들 굉장히 정신 없었다.
그리고 뭔가 화가 잔뜩 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지....
빈 작업 공간이 없어 무엇을 해야할지 물어봤고 저쪽에 가서 하라고 했다.
거기엔 딱 한 분이 작업을 하고 있어 옆에서 거들었더니
하지마!!!!! 이러면서 소리를 질렀다.
또 남은 소스를 어떤 비닐에 담으라고 하길래 담고 있었는데
다른 분이 오더니 왜 여기에 담냐해서 담으라 했다 했더니
누가그래!!! 하면서 또 화내고...
12시간 중 식사 시간과 쉬는 시간 30분 이렇게 두 번 쉬는데
새벽 3시 쯤에 30분 쉬고 나면 8시에 퇴근할 때까지 쉬는 시간이 없다.
화장실도 못 간다.
라인이 멈추지 않고 돌기 때문에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2일째 출근한 날에는 내가 당번이라며 행주를 빨아야 한다고 했다.
오전에 행주를 잔뜩 빨아놓고 한 제품이 끝나 다음 제품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당번은 다음 작업 준비를 하는 게 아니고 무조건 행주를 빨아야 한다고 화를 낸다.
그런 거라고 좀 알려주던가....
몇 시간 뒤 사람들이 오늘 ㅇㅇ담당자가 누구냐고 했다.
이번에도 그 담당자가 나라고 한다.
왜 담당자 찾는데 대답을 안하냐고 화를 냈다.
???그게 뭔데...?나 오늘 이틀째인데? 담당이라고 알려준 적도 없으면서 왜 무조건 화만 내는 건지...
힘들었던 점이 더 있었지만 여기까지만 적어야겠다.
착한 이모님들도 계셨는데 먼저 말 걸어주고
나는 그래도 손이 빨라서 욕 덜 먹는 거라고, 자긴 더 심했다고,
사람들이 내가 빨리빨리 잘한다고 칭찬을 한다고 했다.
3개월 된 사람에게 나와 비교하며 얘보다 느리면 어떡하냐고 하는 걸 봤고
일주일된 사람에게 처음 온 나와 똑같으면 어떡하냐고 하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욕 먹을 만큼 일을 못하진 않았는데
사람들이 매우매우 예민하고 날이 서 있었다.
저녁 먹고 울고 쉬는 시간에 울고
퇴근하고 울고 출근하기 전에 울고..
회사 그만두고 공장에 돈 벌러 와서 그냥 퇴사할 수도 없는데
그곳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 끔찍하고 두려웠다.
3일째 되던 날은 쉬는 날이었다.
미친듯이 다른 공장을 찾아봤다.
아침에 퇴근하고 잠도 안 자고 몇 시간동안 공고를 보다가
쪽잠 자고 일어나서 다시 또 공고를 찾아봤다.
2군데 지원을 했는데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도 없이 바로 합격을 했다.
그렇게 나는 그 지옥같은 공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요약
사람, 업무강도, 분위기 모든 것이 최악이었던 곳.
한국인만 있음.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3군데에서 일을 했는데 야근할 때 저녁 안 주는 곳은 여기뿐이었다.
유일한 장점은 쉬는 시간 30분 급여에서 공제하지 않는 것.
광주 육류 공장 주간
야간 알바 자리가 마땅치 않았고 또 집이랑 가까운 곳도 없어서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육가공 공장 주간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야근이 자유라고 되어 있어서 지원했다.
이땐 12시간은 내 몸이 못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12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ㅋㅋ
첫날은 별일없이 지나갔다.
둘째날부터 사람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앞치마에 이름이 크게 써 있는데도
야!! 일로와!!
야!! 빨리 안 해???
야!! 이거 안 보여??
야!! 이걸 그냥 보내??? 어??? 그냥 보내???
(난 처음에 이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나한테 화를 내고 있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용기를 닦아서 보내라길래 배운대로 했는데, 모양이 안 예쁘다고 화를 내는 거였다.)
어느날은 용기에 삼겹살을 모양 내서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중간 자리라 끝 사람에게 용기를 밀어주는 것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담다가 밀어주고 담다가 밀어주고.
맞은편에 있던, 나에게 짜증을 자주 내던 김씨 할머니가 야근을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에게 짜증을 냈다.
밀지 말고 그냥 담으라고
머릿수만 채우면 다냐고.
나는 공장이라는 곳이 체력적으로만 힘들 줄 알았다...
이렇게 인격이 사라지는 곳인지는 몰랐다..
너무 서럽고 힘들었지만 또 야간 빵공장 같은 곳에 갈까봐 다른 곳을 알아보기가 무서웠다.
그렇게 일주일을 버텼고, 운이 좋게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긴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여기 사람들도 내가 처음 있던 곳은 다들 싫어했다.
이틀 다닌 빵공장이 더 심해서 버틴 거라고 했더니
더 심한 곳이 있냐며 깜짝 놀라더라.
그만큼 야간 빵공장은 정말 최악이었다.
지금까지 인격이 완전히 사라졌었다면 여기는 그래도 50% 이상은 찾을 수 있었다.
단점은 야근을 강요한다는 거..ㅋ
입사 전에 1시간만 야근해도 되는 거 맞는지 확인하고 들어왔는데..ㅋ
나는 12시간 이상 일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해봤는데
여기서는 처음부터 13시간씩 일을 했다.
어떤 날은 14시간을 시켰다.
그렇게 했더니 12시간은 껌이 되었다.
이렇게 강철 체력이 되어 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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